희성 (犧盛)
어느 일곱 혼신 망제가.


어느
  일곱
    혼신
      여망제가.


동굴 안에 있는 커다란 독은 무려 7개나 되었다. 배추김치, 알타리, 장아찌, 간장을 묻어둔 것은 당연히 아니었다. 그 안에는 갖가지 죄를 지은 사람이 들어있었다. 이름은 몰랐다. 7명의 사람이 있었는데 아무도 그들의 이름은 기억하지 못했다.

죄만 기억하려고 했다.



그러나,

무슨 죄를 지었지요? 물어보면 사람들은 얼버무렸다.

그들이 허시늠 말씀이 그것 또한 거짓말일세.
그들이 허시늠 말씀이 그것 또한 거짓말일세.
당신이 알으소사,
그들이 허시늠 말씀이 거짓말일세.


얼마나 큰 죄이기에 저 커다란 장독에 갇혀 나오지도 못하고 안에서 울고 있느냐 다시 한 번 물어도 모두 자리를 피했다. 그럴 만 했으니까 죽은 거지. 이리 생각하는 사람이 한, 두 명이 아니었다.

해운에 시절인가,
불가에 천술는지,
안당에 우벌인가,
허궁에 진벌인지.
그들이 허시늠 말씀이 거짓말일세.


죄인을 잡아다 질질 끌어 독에 묻을 때만해도 사람들은 욕을 했다. 나쁜 년, 못된 년, 감히 네가! 어떻게 네가! 손가락질하고 침을 퉤하고 뱉었다.

그녀들은 우리에게 있던 어떤 형상일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언젠가 잃은, 잃어버렸던, 기억하고 싶지 않은, 간직하고 싶지 않은 그러나 점점 커진 형상.

영문도 모른 채 끌려온 것은 아니었지만 7인의 죄인은 그래도 억울했다. 해명하고 소명할 기회는 없었다. 입을 틀어막고 머리채를 잡혀 억지로 독에 쳐 넣어졌다. 독이 하나씩 채워지고 천으로 묶였다. 아주 꽁꽁.

그 무거운 것을 사람들은 힘을 합쳐 기꺼이 들고 산꼭대기로 올라갔다. 땀을 뚝뚝 흘리며 혹시나 독이 깨질라 안절부절 귀하게 여기며 들고 갔다. 안에 있는 죄인은 그렇게 홀대를 하더니 독에 들어가는 신세가 되자마자 금이야 옥이야 아끼며 대접을 했다.








독 안에서는 계속 웅웅 소리가 났다. 툭툭- 둥근 벽을 치는 소리도 들렸다. 입이 막히고 손발이 묶인 죄인들은 쿵쿵 몸을 움직여 소리를 냈다. 멍이 들고 뼈가 부러질 만큼 크게 두드렸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귀를 틀어막고 모른 채했다.



마침내 동굴에 도착을 했을 때 사람들은 노래를 불렀다. 오줌만 싸고도 진저리를 치는 실룽벌룽한 사람과 함께 노래를 불렀다.



천지신명을 찾고, 하늘에 계신 우리아버지를 찾고, 부처님 신령님, 옥황상제, 염라대왕. 신이란 신은 다 불러내며 기도를 했다. 7개의 독은 동굴 안 가장 깊숙한 곳에 놓여졌다.

뚜껑 위에는 커다란 돌도 함께 얹어졌다.
죄의 크기가 클수록
돌은 무거웠다.


그러나 아직도 독안에서는 소리가 웅웅 들렸다. 동굴 안에서 그 소리는 더 크게 울려퍼졌고 마치 회오리바람처럼 내부를 한바퀴 휘돌다 바깥으로 흘러나왔다. 사람들은 그 소리가 마치 자기들의 기도에 대한 답이라도 여기는 듯 황송하게 여기며 두 손을 비비며 소원을 빌었다.
가문의 안녕과 자식의 출세, 득남을 기원하고 가뭄이 오지 기를 바라며 돈을 벌어 성공을 하게 해달라고 미래를 기약했다.



죄인은 아직 살아있었다. 독안에서 미약한 숨을 쉬고 있었다. 독의 안과 밖. 달라진 것은 그뿐이었으나 사람들은 자신들을 향해 기도를 했다.

아니다. 독 안에 든 자신이 아니라 이것이 바쳐질 누군가에게 기도를 했다. 7인의 죄인은 사람들의 기도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이 내는 고통스런 신음에 갇혀 있었다.

우여 슬프시다, 우여 슬프시다.


무거운 장독의 뚜껑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안에서는 도저히 열 수가 없었다. 숨 쉴 공기가 점점 부족해 졌다. 히끕, 히끕 숨이 끊어지고 7개의 소리가 점점 줄어들었다.



사람들은 그 소리가 완전히 끊기기 전까지 동굴 앞을 떠나지 않았다. 밤이 되자 불이 켜졌다. 횃불이었다. 차례대로 하나씩 불이 켜지자 그 앞에 섰던 사람들의 얼굴의 괴물처럼 변했다. 쓱- 횃불을 동굴 안으로 던졌다. 기름이 잔뜩 묻은 나무토막이 바닥에 툭 떨어지자 동굴 안이 잠시 밝아졌다. 여전히 7개의 독은 늠름하게 우뚝 솟아있었다. 이글거리는 불빛에 독이 반짝거렸다. 다음 사람이 또 하나의 횃불을 던졌다. 불은 더 치솟아 연기가 동굴 안을 메우기 시작했다. 어느새 안이 보이지 않았다. 연기가 동굴 밖으로 퍼져 하늘 위로 올라갔다. 희미하게 하나의 웅웅 소리가 들리는 것 같지만 사람들은 그 소리를 무시하고 횃불 전부를 안에 던지고 산을 내려왔다.

사흘이 지나서야 동굴 안의 연기가 다 빠졌다. 구워졌단 땅은 식었으나 여전히 탄내는 가득했고 벽 안에 그을음이 묻어있었다. 독 위에도 잔뜩 재가 내려앉아 있었다.

사람들은 7인의 죄인을 잊었다. 그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그 다음을 확인하러 다시 산에 올라가는 사람들은 없었다. 그저 자신의 안위만을 바라며 기도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 처럼.





7개의 독 중에 가장 큰 독의 뚜껑이 열렸다. 하지만 사람들은 동굴에 오질 않으니 그 사실을 전혀 몰랐다.



'희성'이었다.


희성의 살아생전의 이름은 아무도 몰랐다.

무얼 먹고 살었느냐,
무얼 입고 살었느냐,
동절이면 굴에서 머무옵고,
밤 도토리 주워먹고 살어가고,
헌 누데기 감발허고 살었느냐.
무얼 먹고 살었느냐.
무얼 입고 살었느냐.

그녀는 희성으로 다시 태어났다.

돌러를 왔소 돌아를 왔소, 엇지하야 돌아를 왔소.

그녀는, 그는, 그것은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기억했다.

하지만 사는 동안 어디서 어떻게 무엇을 했는지는 또렷하지가 않았다. 내면에서 무언가 계속 웅웅거리며 마치 자신의 몸이 장독이 된 듯 소리가 울렸다. 1명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7개의 소리가 불협화음처럼 꼬였다.





나. 너는,

아, 나는.

왜.

집으로 가자. 밥을 먹어. 아니 집으로 가면 안돼.

그러지 말고 제 때에 나와.

혹시 이거 괜찮아요.

그러실까요?

여긴 어디니?

그런 것 같아요.

해도 되나요?

정말?

참.

맞아.

진짜?

나도 밥을 줘.

너 배가 고프구나.



희성은 머리가 길었다. 검은 색 긴 머리. 눈이 쭉 찢어졌다. 입술이 있었지만 웃지 않았다. 뱀 상일까. 무서운 얼굴은 아니었으나 기묘한 모습이었다. 사실 알아보기 힘들었다. 그을음이 묻은 듯 얼룩이 있었다.



몇 살일까. 20살은 아니었다. 120살일까.

아이일까, 처녀일까, 아줌마일까, 할머니일까.

아무도 그녀/그/그것의 모습을 확신할 수 없었다.


이렁성 구르시니, 이렁성 구르시다. 햇상년 연으로는 갑신년 해운이요.
서낭당 뻐꾸기 새야, 너는 어이 슬피-우--나, 너는 어이 슬피-우—나.
우수수 박수수 너는 어이 슬피-우—나.


우는지, 웃는지 구분할 수 없었다.





거울이 없으니 희성은 자신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아마 거울이 있다고 해도 그녀/ 그는 보려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보여 지는 것 보자 자신이 보는 것이 더 중요했다. 지금 그녀/그/ 그것의 눈에는 커다란 손과 발이 보였다. 말라비틀어졌는데 마치 나뭇가지 같았다.


손을 보니 가시손이 되었구나.
발을 보니 가시발이 조아리어.

뚜껑을 열고 나온 자신의 몸은 동굴의 천장까지 닿을 듯 컸다.

키는 장승겉구,
얼굴은 장반겉구,
눈은 등잔겉구,
코는 질병겉구,
입은 보자기만허구,
손은 소당겉구,
발은 석자세치 자가웃 없는 이가,
장승겉이 서있구나.
장승겉이 서있구나.

거인이 된 것처럼 동굴이 좁아 어깨를 움츠렸다. 이렇게나 큰 자신을 저 장독에 가두었다니. 화가 났다. 답답해도 너무 답답해. 그리고 자신을 옭아맨 그 독이 미워 발로 뻥하고 찼다. 장독은 아주 단단했다. 한번 찼다고 해서 넘어지지 않았다. 희성은 두 팔에 온 힘을 실어 그 장독을 거세게 밀었다. 그대로였다. 장독은 여간해서 깨지지 않았다.



희성은 눈을 돌려 커다란 돌을 봤다. 두 손으로 전혀 들릴 것 같지 않던 그 돌을 장독에 던졌다.



이런 나쁜.

이런 나쁜.



다시 목소리가 7개가 되어 울려 퍼졌다.



그리고 나머지 독들도 뻥뻥 차버렸다.

갸우뚱,갸우뚱 독들이 흔들거리다 차례대로 넘어졌다.

바닥에 떨어진 6개의 돌을 모조리 던져버렸다.



와장창.

독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깨지는 소리가 유쾌했다.



독 안을 가득 채웠던 나머지 죄인은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고 그 안에 갇힌 말들이 공기 중에 쏟아져 나왔다.



흡흡.



희성이 코로 숨을 들이 마쉬듯 그 말을 쏙쏙 먹어버렸다. 갈 곳을 잃었던 말들이 다시 희성의 몸 안에서 차곡차곡 쌓이다 공명하며 울려 퍼졌다. 맛도 향도 느껴지지 않았다. 소리만이 계속 들렸다.


희성은 바닥에 떨어진 독의 조각을 몇 개 쥐어 입고 있던 치마로 감싸 묶었다. 자신과 독을 묶었던 긴 천을 허리에 빙 둘러 맸다. 옷자락 끝에 묶인 깨진 조각이 바닥에 질질 끌렸다. 몇 개를 더 모아 옷단의 끝마다 달았다. 희성이 걸을 때마다 바닥에 조각이 덜그덕 부딪혀 소리를 냈다.


그러나 희성의 발은 보이지 않았다. 희성은 발목 아래에 아무것도 없었다. 희성이 걸어가는 자리마다 조각이 끌린 긴 선이 여러 개 그려져 있었다. 그것은 직선도 아니요 ,곡선도 아니었다. 마치 손톱이 벽을 긁은 것처럼 징그럽게 펼쳐져 있었다. 궤도였다.




희성은 동굴을 떠나 자신의 흔적을 바라보지 않았다. 움직일수록 정신없는 궤도는 선명하게 나타났고 그것을 눈치 챘지만 전혀 징그럽고 보기 싫다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단단한 땅에 그려진 선들을 보니 통쾌했다. 발이 없어도 선을 그을 수 있는 자신이 신기해 좌우로 왔다 갔다 하며 더 짙게 흔적을 남겼다.


쥘 새 방울 쉰대 한림, 쓴 칼 불러 맨발 끌러.
쥘 새 방울 쉰대 한림, 쓴 칼 불러 맨발 끌러.


동굴을 벗어나자마자 희성은 기쁨의 춤을 췄다. 저승을 벗어나 마침내 이승의 세계로 그녀/ 그가 돌아온 것이다. 하늘을 향해 손을 뻗고 땅을 향해 콩콩 뛰었다. 얼마나 몸을 흔들었는지 땀이 났다. 개운했다. 독 안에서 웅크리고 있느라 뻣뻣했던 몸이 쭉 펴진 것 같았다.



동굴을 막 나온 희성은 배가 고팠다.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그가 먹은 것이라곤 연기와 알 수 없는 말과 사람들이 뱉은 욕이었다.



보이지 않고,

잡히지 않는 회환과 후회,

서글픈 감성들이 뒤엉킨 것들.


졔 무엇을 안다든야.
졔 무엇을 안다든야.



그러나 주인은 알 수 없었다. 무색무취의 씹을 수도 없는 그것들을 마구 먹은 탓에 헛배만 불렀다. 소화가 되지 않고 위장에서 내려가지 않은 그 말 때문에 속은 더부룩했지만 배에서는 연신 꼬르륵 소리가 날 만큼 허기가 졌다. 자신이 배가 고픈 것인지, 하고 싶은 말들이 아우성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발븜
발븜발븜
발븜발븜발븜
발븜발븜발븜발븜
발븜발븜발븜발븜발븜
발븜발븜발븜발븜발븜발븜
발븜발븜발븜발븜발븜
발븜발븜발븜발븜
발븜발븜발븜
발븜발븜
발븜




달그락, 달그락 걸을 때마다 유쾌하지 않은 소리가 났지만 그녀/ 그는 멈추지 않고 산을 내려왔다. 희성에게서는 시큼한 냄새가 났다. 덜 익은 과일 냄새 같기도 했고 땀냄새 같기도 했다. 옷은 찢어졌다. 뾰족하게 솟은 나뭇가지에 걸려 찌익 천에 구멍이 생겼고 소매에 나뭇잎이 , 독 조각을 묶은 옷자락에 흙이 묻었으며 머리가 산발이 되었다. 그러나 아픈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녀/그/ 그것은 발이 없었다. 쥘새 방울 쉰대 한림, 쓴칼 불러 맨발 끌러. 천지옥경 문을 열어. 발이 없으니 신발이 필요하지 않아서 편했다. 불편한 신발은 없느니만 못했다. 공중에 붕 뜬 듯, 하늘을 나는 듯 내려왔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월은 서른 날이요
소월은 이십구일이요
금년은 열두 달이라.
왜 나에게 밥을 주지 않아.
나도 밥을 먹고 싶다.

생각했다.



밥.

밥.



늘 챙겨주기만 하던 그 밥.

나도 밥을 먹고 싶다. 누가 나에게 밥을 챙겨주었으면 했다.

사나요 사나소사, 아무 망자가 사나요.
금년은 열두 달이라.
왜 나에게는 밥을 주지 않아.
사나요. 사나소사, 아무 망자가 사나요.
도와주옵소사.
우여 슬프시다고 일곱혼백 여망제가.
도와주옵소사.


첫 번째 집이 보였다. 굴뚝에서 연기가 났다. 저것은 누구의 말일까. 길게 꼬리를 물고 하늘로 향하는 그 불투명한 말들의 끝이 흩뿌려졌다.


너는 어이해 우짖느냐. 나라고 우짖느냐.
생쌀내가 나는 구나, 해감내가 나는 구나.
너는 어이해 우짖느냐, 나라고 우짖느냐.


부엌에서 소리가 났다. 톡톡톡 도마 위에 칼질하는 소리가 익숙했다. 희성은 누군가의 뒤에 서서 혀로 입천장을 톡톡톡 치며 그 소리를 따라냈다. 그러나 입 밖으로 울려 퍼지지 않았다. 사람은 희성의 소리를 듣지 못했다. 희성은 제자리에서 콩콩 뛰었다. 달그락, 달그락 독 조각이 바닥에서 부딪히는 소리가 울렸다. 그제야 사람이 뒤를 돌아보았다.





거기 누구요?



그곳엔 아무것도 없이 독 조각 소리만 들렸다. 사람은 다시 제 할일에 열중했다. 희성은 부엌을 휙 돌아 숟가락을 찾았다. 배가 고프니 당장에 뭐라도 먹어야 했다.



밥 줘.

밥 줘 나도 먹을 거야.

안에서 6인의 소리가 또 다시 울렸다.



알았다. 알았어. 이제 밥을 먹을 거야.

희성은 6인의 죄인을 다독이기로 했다.



희성은 가장 숟가락을 찾아 밥을 퍼서 입에 넣어 우걱우걱 씹었으나 밥은 허공에서 뚝 떨어지기만 했다. 소화되지 않고 목구멍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바닥으로 투둑투둑 떨어졌다.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팠다. 계속 배가 고프다고 꼬르륵, 밥을 더 달라고 안에서 아우성쳤다.



희성은 부엌을 좋아하지 않았다. 밥을 만들고 먹을 수 있는 자유로운 곳이지만 그곳이 편하지 않았다 이질적이었고 있어서는 안 될 곳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들어온 문을 찾지 못했다. 나갈 수 없어 제 자리를 빙빙 돌았다.



왜 이곳을 나가려고 하오. 나는 나가고 싶지 않아. 여기서 밥을 더 먹어. 밥을 더줘

나갈 거야. 나는 아직 배고파. 밥 좀 다오. 뜨끈한 국에 밥 좀 다오.





6인의 죄인들이 계속 밥을 달라 말을 했다.



밥을 짓던 사람은 그 말을 듣지 못했다. 오로지 독 조각의 소리만 들었다. 그는 여인이 아니었다. 그 집에 있던 하나뿐인 여인이 죽었기 때문에 감히 사내가 부엌에 밥을 지으려고 들어왔다. 아저씨였다. 그는 독 조각 소리를 듣고 꼼짝없이 얼어 가만히 서있었다.



누구요. 거기 누구요?



6인의 죄인이 그가 만든 밥을 더 먹으려고 희성을 움직였다. 남자가 만든 밥은 형편없었다. 설익었고 반찬은 간이 되지 않았다. 사람은 먹지 못할 음식이었으나 그는 밥을 맛있게 짓는 재주가 없었다. 이런 식으로 상을 내갔다간 큰 일이 날지도 모르는데. 6인의 죄인이 그를 비웃었다.



밥도 할 줄 모르는 게 어디서 소리를 질러.
정전이 비어있고 내전이 비었구나.

희성은 그 말을 듣고 슬쩍 같이 웃었다. 배고프지만 맞는 말이었다. 이렇게 맛없고 씹히지도 않는 것을 밥이라고 하며 먹으려 하다니 불쌍하기 짝이 없구나. 내 만약 배가 고프지 않다면 여기서 이걸 억지로 먹지도 않았을 텐데.



겁에 질린 남자는 손에 들고 있던 부엌칼을 들고 휘둘렀다.


에라 쳐라. 물러 쳐라!

그의 칼에 맞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에라 쳐라. 물러 쳐라!



희성은 남자의 팔을 잡았다. 새로 태어난 희성은 남자보다 키가 훨씬 컸다. 그의 팔을 꺾을 수 있을 만큼 힘도 세졌다. 그러나 남자는 여전히 희성을 보지 못했다. 칼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그의 얼굴에 퉤 침을 뱉었다. 부엌칼은 희성이 그 칼을 뺏음으로 대신칼이 되어 험로를 평지로 만들고 대해를 뭍으로 만들 수 있었다.



이 자가 나한테도 침을 뱉었지. 밥도 할 줄 모르면서 나한테 침을 뱉었어. 해주면 고맙게 쳐먹을 것이지.



6인의 죄인이 수근거렸다. 대신칼을 휘둘렀다. 칼을 줄 듯 말 듯 앞에 있는 그 남자의 오른쪽을 끼고 돌다, 다시 왼쪽으로 돌다 여덟 팔자로 그리고, 다시 대신칼을 던진 뒤에 그 남자의 왼쪽으로 끼고돌고, 다시 오른쪽으로 끼고 돌다 또 여덟팔자로 돌았다.


희성은 그들의 말을 듣고 남자가 먹으려던 밥에도 침을 뱉었다. 녹색 점액질이 하얀 밥 위로 쏟아졌다. 껌이었다. 희성은 목에서부터 되새김질을 하며 껌을 꺼내어 입안에서 씹다가 밖으로 뱉어냈다. 푸스스 소리가 나며 끈 적한 껌에 밥알이 엉키고 삭고 이상한 냄새를 내다가 끝에는 다 썩어갔다. 어렵게 지은 밥이 녹아내리는 것을 보자마자 남자는 놀라 소리를 질렀지만 희성은 깔깔거리며 웃었다.



밥도 지을 줄 모르는 게. 평생 맛없는 밥만 살다 죽으렴.



희성은 그제야 자신이 들어왔던 문을 찾고 천천히 나갔다. 문턱에 닿아 독 조각이 다시 달그락 달그락 소리를 냈다.



너무 더워, 너무 더워서 살 수가 없어. 열이나 온 몸에 열이 펄펄 끓어!



6인의 죄인이 또 다시 말을 했다. 희성은 갑자기 더위를 느꼈다. 손도 발도 얼음처럼 차가웠는데 그 말을 듣자마자 갑자기 몸 안에서 열이 끓는 것 같았다. 가슴이 답답했다.



독 조각 몇 개가 더 잘게 부서졌다.



겨우 밥 때문이었다. 밥을 제 때에 차려주지 않는다고. 반찬이 똑같다고. 국의 간이 맞지 않았다고, 남자는 상을 뒤엎고 그녀를 죄인 취급하였다. 그 놈의 밥이 뭐라고. 쌤통이다. 더워 죽겠다는 말하는 6인의 죄인은 이미 죽은 몸이었지만 또 다시 죽겠다, 죽겠다 같은 말을 반복했다. 정말 죽고 싶은 것인지, 죽고 싶은 만큼 억울하다는 것인지, 죽겠으니 그런 말을 하지 말라는 것인지 정확하지 않았다. 그러나 죽겠다, 죽겠다 성토하다 통곡하듯 다시 울었다. 그 말이 향하는 곳은 따로 없었다. 그저 넋두리였다.


흐흐흐. 귀곡이 울렸다. 6인의 죄인이 울었다. 한명이 울자 다 따라 울었다.


그도 그리해라 하오시며,
오늘은 그제서는 그리허면,
그도 그리해라 하오시며,
오늘은 그제서는 그리허면,


이토록 사소한 이유가 죄가 된다는 것이 억울해서 울었다. 희성은 자신의 가슴을 쳤다. 자신은 껍데기 였다. 6인의 죄인을 담은 희성은 말 그대로 거대한 장독이었다. 쿵쿵쿵, 하늘에 쿵쿵쿵 소리가 울려퍼졌다. 크게 소리 내어 울 수 있는 시간이 있었던가. 죄인은 이제 마음 껏 울기 시작했다. 아무도 울지 말라, 울면 안 된다, 짜증내는 사람이 없었다. 호통치고 화를 내는 사람도 없었다. 그저 같이 울어주었다.


우여 우여 우여 우여 슬프시다.
우여 우여 우여 슬프시다.
우여 우여 슬프시다.
우여 슬프시다.

하루도 열두 때 한달도 설흔날
잠깐 동안 생각 말아 이 시름 잊자 하니

우여 슬프시다
우여 슬프시다
우여우여
우여


차츰차츰 우는 소리가 줄어들어갔다. 희성은 부엌문 앞에 한참 서서 그들의 눈물이 잦아들 때까지 기다렸다.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았다. 이렇게도 할 수 없었고 저렇게도 할 수 없었다.




독 조각이 또 소리를 내며 길을 걸어갔다.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도 있었고 듣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 길바닥에 새겨진 엉망진창 삐 뚫어진 선이 생기는 것을 기이하다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고 전혀 알아보지 못하고 지나치는 사람도 있었다. 여러방향으로 생긴 선은 죄인의 머리카락 같기도 했다.





거기 누구 있소?



그 말을 듣고 희성은 길을 멈추었다.



나에게 하는 말인가? 아니야. 너 아니냐. 아니야. 우리 맞아. 거기 누구 있어? 그럼 있지 없지. 아니야. 우리 못 봐. 볼 수 있는가 본데. 보는 척 하는 거야. 보는 게 아니야.



6인이 또 다시 수근 거렸다.



누구니? 누가 장난을 치니. 너 이름이 뭐야? 어른을 놀리면 못써!

오감시런 말 허지마라. 허지마라!
네 어떤 사람이뇨!
아무이로라. 나는 아무이로라. 맞조와 맞조소사 아무이로라 맞조와.
오감시런 말 허지마라. 허지마라!



이름? 이름이 있던가? 나는 이름이 없어. 사실 이름을 모르지. 기억이 안 나는 것뿐이야. 아니야. 이름이 있는데 불러주질 않았어. 이름이라는 것이 우리에게 의미가 있었나? 우리는 이름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아니야. 얘 야. 거기 누구니. 너는 누구인데 우리를 부르니? 너는 이름이 뭐야?





사람이 허공의 독 조각 소리를 듣고 다시 물었으나 6인의 죄인은 자기들끼리 말을 하느라 바빴다.



우리가 있던 희성에도 이름이 쓰여 있었나? 그런 것은 없었어. 그놈들이 우리의 이름을 보고 뽑아온 것이 아니었거든. 우리가 누구든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어. 그냥 숫자를 맞추는 것이 중요했던 것이지. 희성이다 우리는 희성이야. 니들이 우리를 희성에 가두었잖아. 나는, 맞아 나는! 우리는. 그럼 우리는! 우리는 희성이야. 이름이 희성이란다. 이름이 사라졌어. 우리에게 남은 건 희성이란다.



하지만 사람은 희성과 6인의 말을 듣지 못했다. 그러니 더 이상 길에 멈추어 바보처럼 서 있을 수 없었다. 등골이 오싹해졌다. 겁을 먹고 있는 꼴을 혹여 남들이 볼까 방향을 돌려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려했다.



어디가. 우리를 불렀으면 말을 들어줘야지. 맞아. 어디 가니. 이름을 물었잖아? 이름이 뭐냐고 물었으면 우리에 대해 궁금해 해야지. 나는 희성이라니까. 이야기를 들어줘야해! 젖구두 젖은 귀에 석구두 석은 입에.

희성은 서둘러 사람이 가는 길을 따라갔다. 공중에 떠있던 발목이 허우적거리자 독 조각 소리가 다그닥, 다그닥 연속적으로 이어졌다. 사람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바람이 부는 것을 느꼈으나 주변의 나무는 흔들리지 않았다.



귀신인가?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왜 이곳에만 바람이 부는가.



귀신이라니. 우리는 희성이야. 너희가 만든 7개의 희성이지. 그걸 왜 모르니. 동굴에 가져다둔 7개의 희성. 우리는 귀신도 사람도 아닌 희성. 네가 이름을 불렀으니 말을 해주는 거야. 우리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희성이 사람의 주변에서 콩콩 더 뛰기 시작했다. 사람은 느낌이 좋지 않아 귀를 살짝 막았다. 독 조각 소리가 들리다 말다, 들리다 말다 했다. 그리곤 전속력으로 뛰기 시작했다.



어디 가니. 같이 가야지. 우리를 불렀으면 같이 가야지.



희성이 그의 어깨를 잡았다. 그가 어깨를 움츠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의 귀에 속삭였다.



너 그때도 내 이름 물어봤었잖아. 잘 기억해보렴. 내 이름을 가지고 놀렸었지. 언년이라고 놀렸었어. 네 이름은 얼마나 귀한 글자로 만들어 졌길 래 내 이름을 가지고 놀리니. 너는 어느 댁 귀한 아들 이길 래 내 이름을 가지고 놀리 냔 말이야. 어디한번 말해봐. 네 이름이 뭐야.



6인의 희성은 제대로 된 이름이 없었다. 아무도 그들의 이름에 주목하지 않았다. 이름이 있었지만 그것은 이름이 아니었다. 이름으로 불리지 못했다.



나도 이름을 가질 거야. 이름을 새로 만들어줘. 우리의 이름은 뭐야. 희성 말고 다른 이름을 지어줘.



희성이 남자의 모가지를 잡고 흔들었다. 남자는 왜 자신의 몸이 마음대로 흔들리는지 못했다. 알 수 없는 힘이 그를 옥죄었다.




나는 지연이, 나는 은영이, 너는 지혜, 나는 은혜, 끝도 없이 희성의 입에서 이름이 튀어나왔으나 사람은 단 한단어도 듣지 못했다. 희성은 사람의 귀에 대고 100개가 넘는 이름을 말했다.



어서 내 이름을 불러! 네가 물어봤으니 내가 이름을 말해줬잖아.

사람의 귀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희성이 그것을 보고 웃기 시작했다.



내 말이 아파? 내말이 뾰족해? 내 말이 날카로워? 우리가 널 힘들게 했지? 널 무섭게 했어? 널 욕했어? 왜 피를 흘리고 그러니. 네가 나의 이름을 불러주었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거야. 맞아. 맞아. 정말.



그녀/그/ 그것은 다시 100개의 이름을 말하기 시작했다.



너희가 제일 모르는 것.

우리 만이 아는 것.

너희가 제일 무시하는 것.

우리에겐 가장 소중한 것.



희성은 또 다시 껌을 뱉어 그의 귀를 틀어막았다. 피가 나올 틈을 남기지 않고 꼭 막아버렸다. 푸스스 그의 살이 녹아 내리기 시작했다. 그가 비명을 질렀다.



그녀/그/ 그것은 사람의 비명소리를 뒤로 하고 콩콩 걸어갔다. 옷에 묶인 독조각이 조금 더 부서지기 시작했다.



제물이 되어버린 7인의 죄인을 실어 나르는 희성의 몸은 더 커졌다. 기지개를 펴며 손을 쭉 뻗어보니 담을 넘어 옆집의 문도 열 수 있을 것 같았다. 희성은 그 집의 담을 단번에 넘었다. 독 조각과 옷단이 걸려 찢어지긴 했지만 상관없었다. 높이 뛰었지만 넘어지지도 않았다.



안에서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작은 방 가득 사람이 꽉 차있었다. 벽에 기대어 10명이 넘는 사람이 둥그렇게 앉아 웃고 있었다. 사람들은 말하고 있었다. 가족이었다. 친척이었다. 그들은 같이 말을 하는 것 같았지만 각자 다른 말을 하고 있었다. 자신의 말만 했다. 남의 말을 듣지 않고 가로챘다. 누군가의 말머리를 잘랐다. 누군가의 말꼬리를 잡아 지적을 했다. 그래도 웃었다. 웃어야 했다. 웃어야 복이 왔다.

집의 굴뚝에서는 또 연기가 폴폴 났다. 희성은 그 연기를 보고 그 부엌으로 들어갔다. 아직도 배가 고팠으니,

부엌에는 음식이 가득했다. 상도 여러개였다. 누군가는 설거지를 했고 누군가는 과일을 잘랐고 누군가는 상을 차렸다. 방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이 안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굴뚝에서 연기는 쉬지 않고 피어올랐다.

그녀/그/ 그것은 상에 올라갈 음식을 뺏어먹었다. 사과를 반입, 술을 반병, 김치를 쭉 찢어 밥에 올려 세 숟가락을 퍼먹었다. 그러나 음식은 줄지 않았다. 배가 부르지 않았다. 희성은 장독을 부순 것처럼 상을 뒤 엎었다.

와장창.

부엌에 있던 사람들이 놀라 어리둥절했다.

네가 그랬니?
아니야.
누가 그랬어.
여기 너 말고 또 누가 있어.
내가 그랬는데.
나야.
내가 그랬어
누구요. 거기 누구요?

사람은 보이지 않는 그녀/그/그것에게 물었다.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희성은 숟가락을 휙 던졌다. 날아가는 수저와 그릇을 보고 갑자기 사람들이 화통하게 웃었다. 그리고는 김치를 던졌다. 사과를 굴렸다. 물을 끼얹었다.



무슨 소리야!
우리 아니에요!
도깨비가 그랬어요.
맞아.
도깨비야. 도깨비가 먼저 그랬어!
나는 도깨비가 아닌데? 우리 도깨비 아니에요.


그대가 사람이뇨, 귀신이뇨, 도깨비뇨.

엇떠케 들어왓스며, 어대서 왓는요, 도깨비여뇨.


우린 희성이지.
도깨비가 어딨다고!
도깨비가 여깄지. 도깨비 요 앞에 있어요.

그녀/그/그것은 눈에서 빛을 냈다. 두 개의 초록빛이 났다.

도깨비다!
도깨빈가?
도깨비 장난인가?

희성은 깔깔 웃었다. 사실 도깨비라 해주니 밥을 먹지 못해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제 자리에서 콩콩 뛰었다. 초록빛이 위 아래로 움직였다.

나는 희성이요, 나는 도깨비요. 밥을 먹으러 왓나이다.
밥을 주쇼, 나물을 주쇼, 김치를 주쇼, 인정이 무엇이냐, 나에게 인정을 주쇼.

도깨비불이다! 도깨비가 있어!
그래 우리 도깨비다!! 귀신이다!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이 몰려나왔다. 초록불을 보고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공중에 그릇이 날아다녔다. 누구는 박수를 치고 누구는 그것을 잡으려고 했고 누구는 피하려고 몸을 숨겼다. 희성은 가만히 서서 계속 그릇을 던졌다. 제일 처음 그녀/그/ 그것을 도깨비라 부르던 여자는 소리를 질렀다.

아이고 나는 무서워서 부엌에 못 있겠네. 도깨비가 날 잡아가려나 보다.
나도 무서워서 못 살겠네. 저 도깨비가 날 죽일 수도 있잖아.
저기 저 시퍼런 불이 살아있는데 밥을 차리면 뭐하나.

여자들은 치마에 손을 씻고 사방으로 튀어나갔다. 희성은 그녀들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도망가라! 도망가!

우리는 수시로 환생하고, 수시로 죽으며 살기도 하고 죽기도 한다.

그러니




라!


가!



독 조각이 가루처럼 흩날렸다. 이상한 바람이 불었다. 그 바람은 조각이 섞여 따가웠다.

너는 누군가의 일생을 다 거슬러 가본 적 있는가.
조각아.
독 조각아.
가장 신비한 독.
희성아.
세상에서 가장 슬픈 독 조각아.

외치는 그녀/그/ 그것은 하나가 아니다.
7인이 아니다.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니다.
여럿이고 무수하다.
우리는 너에게 속해있고 나는 지금 이 순간 너희들 중 하나다.
하나인 우리들 이다.
우리는 실체를 모르고 전부를 알 수 없지만 지금 이 순간 우리는 하나이다.

다시 그녀/그/ 그가 소리쳤다. 도망가라! 도망가!


은폐된 말은 잘 설명되지 않았다. 내부를 들여다보면 볼수록 기분이 이상했다. 6인의 죄인은 말이 뒤섞이도록 두었다. 분리시키지 않았다. 설명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계속 내뱉었다. 자신의 혀에 절망하지 않았다. 대신 자리에 껌을 뱉었다. 껌을 뱉어 자신이 현존했음을 알렸다.

희성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갑자기 휙 사라졌다. 도망가라 외치다 사라졌다. 울부짖는 소리가 난 것 같기도 했다. 메아리가 퍼지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확실히 들을 수는 없었다.

거대한 짐승이 엎드리고 있는 것 같더니 갑자기 독가루만 뿌리고 사라졌다.


달 구경을 허고 가오.
꽃 구경을 하고 가오.
물 구경을 하고 가오.

꽃 구경도 경이 없어.
물 구경도 경이 없어.

세계를 몰라 머리 풀어 산발허구
치마 휘어잡고 돌조각을 옆에 묶고
희성사발 손에 들고
무주고혼이 된 망제가
세계를 몰라

어정성 어정성 어정성
우여 슬프시다
속매 일곱 매
겉매 일곱 매를 푸르시고
어정성 어정성

그 죄는 너에 죄가아니고
우리 죄가 아니고
가시다가 가시다가 머무시면
속매 일곱배 겉매 일곱배
열네매 고를 풀어 전허시고
가시다가 가시다가
혼백이 머무시면
적삼 벗어 희성 불러 전허시오.

어느 일곱 혼신 망제가.
어느 일곱 혼신 망제가.